안녕하세요, 2026년 3월 2주 차 렌더 브리핑입니다.
오늘은 국내 3월 4일에 개봉하여 현재도 상영 중인 픽사의 신작 '호퍼스'의 제작기를 가져왔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나 애니메이션틱한 그래픽 느낌이 강합니다. 픽사가 왜 이번엔 실사 같은 그래픽을 버렸을까요? 저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굿 다이노나 엘리멘탈에서 보여줬던 그 놀라운 물리 렌더링을 생각하면, 호퍼스의 부드럽고 동글동글한 비주얼은 오히려 후퇴처럼 보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제작진의 인터뷰를 읽고 나니 이게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철저한 의도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26년 3월 북미 개봉 직후 첫 주말 북미 4,600만 달러, 글로벌 8,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호퍼스는 2017년 코코 이후 픽사 오리지널 최고 오프닝 성적을 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기술적으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게 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서 비하인드 자료를 파고들었습니다.

페인트브러시 레이어로 해결한 배경 노이즈 문제
호퍼스 제작진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연환경의 시각적 복잡도였습니다. 숲과 강가를 배경으로 한 장면은 3D 렌더링 특성상 나뭇잎, 나뭇가지, 풀잎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선명하게 표현되어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기 쉽습니다. 비주얼 이펙트 슈퍼바이저 베스 알브라이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페인트브러시 툴(Paintbrush Tool)이라는 새로운 기술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페인트브러시 툴이란 라이팅 아티스트가 3D 모델 위에 직접 붓 터치를 입히듯 레이어를 추가해 디테일을 조절할 수 있는 셰이딩 워크플로우를 의미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 설명을 처음 읽었을 때 "그냥 텍스처를 단순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3D 공간의 깊이감은 유지하면서도 배경이 시각적으로 혼란스럽지 않아야 하는데, 단순히 텍스처 해상도를 낮추면 평면적으로 보이고 입체감이 사라지거든요. 페인트브러시 레이어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 겁니다. 멀리 있는 숲이나 산을 수채화 배경처럼 렌더링 하되, 카메라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디테일이 살아나는 방식입니다.
다른 스타일로, 제가 픽사의 또 다른 영화인 '소울'을 볼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현실 세계 장면에서 니트 스웨터의 재질감과 카메라 포커스 표현이었습니다. 리얼리즘에 대한 연구가 정말 돋보였거든요. 하지만 호퍼스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간 겁니다. 관객이 "와, 진짜 나무 같다"라고 감탄하는 순간, 정작 캐릭터의 감정과 코믹한 연기는 놓치게 된다는 판단이었죠. 픽사는 이번에 기술력을 과시하는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수 있는 비주얼을 선택한 겁니다.
젖은 털 표현을 위한 레이어드 셰이더
주인공 메이벨이 비버의 몸으로 호핑(의식 전송)하면서 물속과 밖을 오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비주얼입니다. 문제는 젖은 털을 표현하는 게 기술적으로 굉장히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셰이딩 아티스트 마커스 크랜즐러는 매번 셰이더를 새로 만드는 대신 레이어드 셰이더(Layered Shader) 방식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레이어드 셰이더란 기존 털 셰이더 위에 젖은 상태의 셰이더를 겹쳐 얹는 방식으로, 물리적 시뮬레이션 없이도 젖은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치트(Cheat) 기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물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렌더링 시간이 몇 배로 늘어나고,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기도 어렵거든요. 레이어를 겹치는 방식은 결과물을 즉각 확인하면서 조절할 수 있어서 제작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호퍼스는 실사 지향이 아니라 스타일라이즈드(Stylized)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정확한 물리 법칙보다는 시각적으로 설득력 있는 느낌이 더 중요했을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실제 비버와 로봇 비버의 털 질감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렌더링했다는 점입니다. 관객이 "저건 로봇이야"라는 걸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미묘한 차이를 뒀다고 합니다. 제가 예고편을 다시 보니 정말로 주인공 비버의 털이 약간 플라스틱처럼 매끈하게 보이더군요. 이런 세심한 디테일이 결국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콩과 원으로 돌아간 캐릭터 디자인
캐릭터 아트 디렉터 안나 스코트은 호퍼스의 모든 캐릭터를 '콩과 원(Beans and Circles)'이라는 기본 도형에 충실하게 디자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콩과 원이란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 대신 단순한 곡선과 원형을 조합해 캐릭터의 실루엣을 만드는 디자인 철학을 말합니다. 픽사는 지금까지 해부학적 정확성을 중시해 왔는데, 이번엔 오히려 가독성(Readability)과 코믹한 표현력에 집중한 겁니다.
제작진은 이를 플러시 토이 룩(Plush Toy Feel), 그러니까 손으로 빚은 인형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질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위 베어 베어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 시리즈의 감독인 다니엘 총이 픽사에서 3D로 자기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3D 렌더링 특유의 칼로 자른 듯한 날카로운 모서리(Exacto-knife edges)를 없애기 위해 셰이딩 단계에서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고 텍스처의 대비를 낮췄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시점에 따라 캐릭터 디자인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시점에서 보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사실적으로 렌더링되고, 주인공이 호핑 해서 동물의 세계에 들어간 뒤에는 같은 동물도 더 만화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게 보입니다. 이런 차이가 관객에게 "지금은 주인공의 시점이구나"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장치인 거죠. 저는 이런 디테일이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연출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스쿼시 앤 스트레치의 부활
호퍼스의 애니메이션 방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스쿼시 앤 스트레치(Squash and Stretch)의 적극적인 활용입니다. 여기서 스쿼시 앤 스트레치란 캐릭터가 놀라거나 빠르게 움직일 때 몸이 과장되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2D 카툰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을 의미합니다. 픽사는 보통 물리 법칙을 준수하는 애니메이션을 선호했는데, 이번엔 오히려 만화적 로직(Cartoon Logic)을 전면에 내세운 겁니다.
이게 기술적으로는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3D 리그(Rig)는 기본적으로 뼈대와 근육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라 과장된 움직임을 구현하려면 리깅 단계부터 특수하게 설계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객에게 훨씬 가볍고 즐거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는 예고편에서 주인공 비버가 깜짝 놀라서 몸이 쭉 늘어나는 장면을 보고 "아, 이건 진짜 애니메이션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니엘 총 감독은 2020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초기에 수채화 느낌의 2D 애니메이션 테스트를 거쳤다고 합니다. 그 2D의 경쾌함과 자유로움을 3D 공간에서 어떻게 살릴지가 6년 개발 기간 내내 가장 큰 과제였다고 하더군요. 결국 픽사가 내린 결론은 "기술력을 숨기는 게 아니라, 기술을 스토리와 연출을 위해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제작 철학이 앞으로의 애니메이션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호퍼스를 보기 전에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가면 확실히 감상 포인트가 달라질 겁니다. 페인트브러시 레이어가 어떻게 배경을 정리했는지, 레이어드 셰이더가 젖은 털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그리고 스쿼시 앤 스트레치가 캐릭터에 어떤 생명력을 불어넣었는지 눈여겨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픽사의 선택이 단순한 스타일 변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본질로의 회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단순함과 표현력으로 돌아가는 게 흥미롭지 않나요? 여러분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픽사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직접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및 기사 원문]
Why Hoppers is the most unusual Pixar movie yet
Go behind the scenes on Pixar's latest animation.
www.creativebloq.com
Daniel Chong On Bringing Cartoon Logic To Pixar’s ‘Hoppers’
Chong and producer Nicole Grindle talk shifting from TV to features, the film's visual language, and making beavers the heroes of Pixar’s latest original.
www.cartoonbrew.com
How Pixar Built the Plush, Stylized World of Hoppers
Discover how Pixar crafted the plush, stylized world of Hoppers through early color scripting, character design, sets modeling, shading, and effects innovation.
www.laughingpl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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