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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리포트

[왕과 사는 남자] 실무자가 보는 왕사남 호랑이 CG (털 질감, 렌더링, 최적화)

by Briefer 케이 2026. 3. 4.

안녕하세요, 2026년 3월 1주 차 렌더 브리핑입니다.

 

오늘은 현재 대한민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개봉 한 달여 만에 대망의 천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유해진, 박지훈 배우의 열연이 만들어낸 쾌거에 먼저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특히 박지훈 배우의 연기를 매우 감명 깊게 봤습니다..!!)

 

 

하지만 이 영광스러운 기록 뒤편에서 우리 3D 아티스트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논란이 하나 있죠. 바로 영화 속 '호랑이 C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논란이 우리 업계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기술적인 개선점까지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영화를 보다가 몰입이 깨지는 순간만큼 아쉬운 게 없습니다. 특히 CG 장면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관객도, 작업한 아티스트도 마음이 편치 않죠. 최근 천만 관객을 목전에 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호랑이 CG가 바로 그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저 역시 Fur 작업과 유기체 모델링에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로서 2회 차 관람까지 하며 CG 디테일을 살펴봤는데,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보이더군요. 하지만 이 논란 뒤에는 단순히 기술력 부족이 아닌, 한국 VFX 산업 전체가 맞닥뜨린 구조적 문제가 숨어 있었습니다.

한 프레임에 16시간, 시간과의 전쟁에서 밀린 호랑이 털

장항준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운로드가 16시간 걸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다운로드란 렌더링 결과물을 받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한 프레임당 렌더링에 16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영화에서 1초를 채우려면 24 프레임이 필요한데, 호랑이 한 마리가 1초 등장하는 장면을 완성하는 데만 384시간, 즉 16일이 걸린다는 계산입니다(출처: 시사위크).

 

저 역시 Fur 시뮬레이션(Fur Simulation)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털 하나하나의 물리 연산이 얼마나 무거운지 체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Fur 시뮬레이션이란 동물의 털이 중력, 바람,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계산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문제는 호랑이처럼 털이 많은 크리처는 수십만 개의 가이드 커브(Guide Curve)를 생성해야 하고, 각 커브마다 클럼핑(Clumping), 즉 털이 뭉치는 현상과 SSS(Subsurface Scattering) 같은 피부 깊이감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관람 후 제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도 바로 이 털 질감이었습니다. 영화 속 호랑이는 마치 인형처럼 지나치게 균일하고 부드러워 보였는데, 이는 클럼핑 처리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야생 호랑이는 땀과 먼지, 주변 환경에 의해 털이 거칠게 뭉쳐 있어야 사실감이 살아나거든요. 하지만 한두 달 정도 더 작업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런 디테일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을 텐데, 개봉 일정이 정해진 상황에서는 룩(Look) 최적화 단계를 충분히 거치기 어려웠을 겁니다.

무게감 실종과 합성 이질감, 기술적으로 무엇이 빠졌나

호랑이가 포효하거나 도약하는 장면에서 저는 한 가지를 계속 느꼈습니다. '무게가 안 느껴진다'는 것이죠. 거대한 맹수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를 때 어깨 근육이 수축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모습, 착지 순간 피부가 밀리며 떨리는 지글(Jiggle)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CFX(Cloth & Fur Effects)와 머슬 시뮬레이션(Muscle Simulation)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머슬 시뮬레이션이란 골격 위에 근육과 지방층을 레이어별로 쌓아 올려, 동물이 움직일 때 실제처럼 근육이 팽창하고 수축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호랑이가 앞발로 땅을 디딜 때 어깨 근육이 힘을 받으며 부풀어 오르고, 발을 떼면 다시 이완되는 디테일을 말합니다. 이런 작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렌더링 부하도 상당히 높습니다. 결국 제작 기한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하나 눈에 띈 문제는 라이팅(Lighting)과 합성(Compositing) 단계였습니다. 호랑이가 청령포 숲 속에 있는데도 주변 환경과 빛의 결합도가 떨어져 보였거든요. 이를 개선하려면 촬영 현장에서 HDR(High Dynamic Range) 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하고, 딥 컴포지팅(Deep Compositing) 기법을 통해 숲의 대기 원근법과 캐릭터 사이의 공기 질감을 일치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딥 컴포지팅이란 CG 요소와 실사 배경을 합칠 때 깊이 정보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섞는 기술을 뜻합니다. 개인적으로 배경 채도에 비해 호랑이의 색감 채도가 강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으로 아쉬웠습니다. 최근 한국 VFX 스튜디오들의 기술 수준을 보면 충분히 구현 가능한 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제작 일정과 예산, 그리고 렌더링 시간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결국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CG 논란이 낫다는 감독의 발언, 아티스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항준 감독은 "차라리 CG 논란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역사 왜곡 논란보다는 기술적 아쉬움이 거론되는 게 덜 치명적이라는 뜻이었겠죠. 감독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CG 아티스트들은 이 발언을 듣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CG는 어차피 좀 아쉬워도 괜찮다'는 암묵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우들 연기는 천만 급인데 CG는 천만 원짜리냐"는 댓글이 쏟아졌고, 동시에 "한국 영화니까 이 정도는 감안하자"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출처: 다음 뉴스). 이런 하향 평준화된 기준이 고착화되면 결국 VFX 산업 전체의 투자와 발전이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Fur 작업을 하면서 최적화 문제로 고민한 적이 많습니다. 털의 밀도를 높이면 사실감은 올라가지만 렌더링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반대로 밀도를 낮추면 작업은 빨라지지만 퀄리티가 떨어지죠. 이 균형을 맞추려면 충분한 R&D 시간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한국 영화 제작 환경에서는 이런 여유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줄 압도적인 비주얼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VES 어워즈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보면, 기술적 성취가 곧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호랑이 논란이 제작사들에게는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고, VFX 스튜디오들에게는 더 나은 제작 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관객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동시에 다음 한국형 크리처 무비에서는 관객들이 기술력에 감탄하며 소름 돋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아티스트의 실력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예산, 그리고 기술에 대한 존중이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이 논란이 단순히 아쉬움으로 끝나지 않고, 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위 글은 해당 CG를 작업한 아티스트를 무분별하게 비방하고자 하는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 역시 이 부분을 알고 읽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산업 역시 비즈니스 사업이므로 제작 기간과 단가가 어땠을지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비하인드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작 부분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온전히 아티스트 숙련도에 대한 문제라면 이 계기를 기회 삼아 대중의 피드백을 들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더욱 발전할 수 있길 같은 아티스트로서 진심으로 응원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기사 원문]

 

[인터뷰] ‘왕과 사는 남자’에 담긴 장항준 감독의 시선과 태도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역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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